2013년 12월 25일 수요일

변호인은 <진우 이야기>다

변호인의 진짜 주인공은 누굴까?

송우석? 아니...노무현?

글쎄...내 생각은 촘 다르다

난 영화 변호인의 진정한 주인공은 극중 진우라고 본다


최근의 열렬한 반향들을 보아하니
영화를 보신 많은 분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일종의 부채의식을 느끼시는거 같다


왠지 우덜이 생전의 그에게 너무 야박했던것은 아닌지...
그가 대통령이었던 그 시대가 오늘의 이 지랄같은 세상보단 더 나았을테니
머 그건 그럴만도 허다(물론 그 시대도 태평성대는 아니었다 안다 논쟁은 잠시 킵)



허나 우덜이 영화를 통해 한번 제대로 꼽씹어야할 지점은...

송우석이라는 한 속물 세법 변호사가 어떠한 거듭남의 과정을 거쳐
이른바 민주투사로 변모하게 되었는가 그 단순한 인생스토리만이 아닌


송우석을 민주투사로 평범한 대학생인 극중 진우를 어떻게
악질 빨갱이로 조작해 버렸는지 그런 야만적인 시대가 가능했던 연유는
무엇인질 지금 바로 이 시점이기에 다시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변호인> 영화를 보신 많은 분들이 영화 속 잔악한 고문 장면을 보며
그 대목에서 특히 우시고 또 분노 하시는걸로 안다


짐작컨대 영화를 만든 감독외 제작사측에선 상업적 고려(?)를 위해
실제 보다 살짝 덜 리얼하게...일종의 순화한 티가 드문드문 엿보였다
그게 아쉽니 아니니는 차치하고 나름 대중성을 고려한 매우 적절한 선택이었다본다


일례로 영화 속 터닝포인트와 같은 장면...
그니까 속물세법 변호사였던 송우석이 `변호인`으로 탈 바꿈하게 되는
계기를 준 그 장면...진우의 어머니와 송우석이 진우를 첫 면회간 그 장면...


어쩜 많은 분들은 그 장면에서 울컥~혹은 충격 받으셨을터지만
머랄까 그 장면은 감독이 상당히 감정을 억누르며
실제보다 상당히 순화해서 보여준거라 느꼈달까

왠고허니...




1997년이었다


당시 김영삼 정권은 정권말기 여러 국정운영 실패에 대한 레임덕을 피하기위해
대규모 공안정국을 고의로 획책한다


해서 당시 학생운동권의 상징적 존재였던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그야말로 대대적인 탄압을 가한다 이른바 토끼몰이식 묻지마 검거가 휘몰아쳤다
(한총련이 이적단체냐 아니냐 하는 사상논쟁역시 본글에선 과감히 일단 패쓰~)


그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 1997년 한양대서 벌어진 이른바 한양대사태였고
그당시 수많은 학생들이 단순 집회 참가 만으로도 구속되는 참으로 시바스런 상황이
연출되었더랬다(이때 부활한게 바로 그 일전에 내가 말한 그 합수부되시것따)



합수부가 뜨믄 왜 무섭냐믄
원래 1학년이거나 초범(?)...그니까 단순 집회 참가해서 처음으로 잡혔을 경우는
대개 훈방이거나 길어야 구류 몇일 살다 나오는게 통상적(집시법정도로 끊음)인데


이 합수부가 뜨믄 이른바 `특수공무집행 방해`(줄여서 특공방)에다가 심지어
어마무지하게도 저 살벌한 `국가보안법`까정 미틴듯이 막 같다붙이는 공안정국이
되는기다 이게 바로 합수부가 주도하는 공안정국이 무섭다는게 이래서다



하튼

그당시 내 주변 지인들도 당시 솔찬히 이른바 `딸려가는`(잡혀가는)바람에
난 조낸 바쁘게 여기저기 누가 잡혀갔나 또 누구 아직 학교에 남아있는 애들은 없나
있으믄 어케 몰래 학교 밖으로 빼내나 머 이런걸로 바빴던 기억이 있다
당시 핸드폰 요금이 그 한달에 이십만원이 넘게 나왔으니 머...



그러던중에...


내 고등학교 동창이자 같은 대학 것두 같은 공대에 다니던 녀석이 있었다
지금은 머 장가 가서 애 낳고 모 자동차회사 영업사원으로 나름 잘 지내는 넘인데
재작년에 야구장 갔다가 1루측에서 우연히 만나기도...



다시 돌아와

97년 그때...

이 넘도 딸려간기다

해서 여기저기 수소문 끝에 서울 모 경찰서 보안수사대서 조사 받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그녀석 어머니를 모시고 급 상경하게 되었다


아들넘이 몇일간 집에는 안들어오지 티비에는 연일 데모 뉴스에 학생들은 무슨
빨갱이니 어쩌니 함서 죄다 잡혀가는 모습이 나오니 얼매나 불안하셨겠나


암튼 괜찬을꺼라고 엄니를 달래믄서 경찰서에 들어선 나는 내 눈 앞에 광경을 보고
이게 증말 대한민국이 맞는지 그야말로 내 두 눈이 의심스러웠다


영화 변호인에선 진우와 진우 엄마가 부둥켜 안고 울던 중에 진우 엄마가 진우의
상처(고문흔적)를 발견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아마 그 대목에서 많이들 우셨을께다


근데...실제 진우 정도 구타와 고문을 당하면...

두 발로 설수도 걸을수도 없을뿐더러 의자에 제대로 앉지도 못한다



다시 돌아와 경찰서에 가보니

당시 이른바 고학번들(학번이 높거나 예비역들만 따로 분류해서 조사중이었다)만
분류해서 모여 있던 그 경찰서에서 안절부절하던 친구엄니를 진정시키고 있을때

저 멀리서...

친구넘이 등장했다


그 순간


친구의 모습을 본 친구 엄니는 그자리에서 바로 혼절 하셨다



친구넘의 몰골은...

얼마나 심하게 형사들에게 두들겨 맞았는지...

자신의 어머니가 면회를 왔슴에도
두발로 서서 걸어오질 못하고
네발로 기어서 우리들 곁으로 기어오는거 아닌가 ㅠㅠ



그 모습을 보자마자 옆에 엄니는 너무 놀라 고대로 혼절하셨고
나는 채 머라 항의할 틈도 없이 기절한 엄니를 품에 안고 사방에 악다구니 쳤다
``이 개새끼들아~의사 불러~앰브란스 부르라고~~씨x``
.
.
.
.
.
.
.
.
아오...먄~ 오래 전 일인데도 쓰다보니 왠지 울컥....ㅜㅜ



현실은....실제는....영화 보다 더 심했다



물론 나는 당시 한총련 주류 이른바 NL의 사상에 즌혀 찬동하지 않는다
허나 이 나라는 법치국가다

그 법 어디 한구절이라도 사람을 글케 개패듯 패도 된다는 그런 법은 없다


이토록 80,90년대 대학가는 요즘 유행하는 응답하라 시리즈에 나오듯
마냥 대학캠퍼스의 낭만만이 넘치는 그런 공간과 시대만은 아니었다

누군가는 캠퍼스에 낭만을 누렸을 그 순간에도
어느 누군가는 다른 한편에서 이토록 시대와 야만과 맞서야했던 그런 시절이었다



흔히들 사는게 영화 보다 더 영화같다는 표현을 하곤 하는데
그 장면은 내 인생에서 절대 잊혀지지 않을 장면으로 여전히 남아있다


*뻘생각이지만 내가 만약 감독이었다면 난 영화 변호인에서 진우가
어머니와 송우석을 대면하는 그 첫 면회 컷에서 내가 직접 본것처럼
진우가 네발로 기어오는 장면을 반드시 집어넣었을거같다 그에 대한
판단은 머 관객들이 하는거고....



개봉 후 영화 변호인을 보신 분들 중엔 아마도
많은 분들이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 인간 노무현의 인생에 대한 연민과 짠~함땜에
글케 흐느껴 울었으리라 짐작한다


허나 난 영화를 보는 내내 변호인의 주인공인 변호인 송우석이 아닌
영화속 진우의 모습에서 내 친구넘의 모습이
진우엄마의 울부짖음 장면에서 내 친구엄니가 비명조차 못지른채 그자리에서
기절하시던 그 모습이 자꾸만 오버렙되었다


근데 참
신기하게도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은 단 한방울도 나오지 않더라 -.-

왤까???



물론

그 시대(80~90년대)를 살아오신 분들 중엔 나보다 더 처절한 경험을 하신분들도
많을터고 인간 노무현의 삶이 절대 존경받을만하지 않다 머 그런 의도가 즌혀 아니다


단지


노무현이 지키고자 했던 가치가 진정 무엇이었는지
노무현이 자신의 기득권을 내던져가며 지키려했던 사람(진우와 또다른 진우들)이
진정 누구였는지 곰곰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않을까 이거다


그 가치가 오늘날은 무엇이겠으며 또한 오늘날엔 누구를 지켜야하는지 말이다


노무현은 분명 시대가 낳은 기린아였고
일세의 인물임에는 분명하다



허나 변호인 노무현의 모습 외에
국가권력의 꼭지점에서 신자유주의자로서 무한경쟁을 선도하던
그 노무현도 다른 노무현이 아닌 또다른 노무현의 반쪽 일면이란것 또한
잊어선 않된단거다 역사를 균형있게 바라 본다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다들 아실터



억울한 이들의 인권 변호사이자 민주화 투사였던 시대의 변호인 노무현이
어떻게 신자유주의자로 변모했으며 5공청문회에서 전두환에게 명패를 내던지며
훗날 3당야합을 단호히 거부하고 위대한 바보의 길을 걸었던 바로 그 노무현이


어떻게 훗날 삼성과 손을 잡고 오늘날 이 민영화 난리판의 모든 불씨를 당긴
그 원점인 한미FTA를 다른 어느누구도 아닌 그 변호인 출신 노무현이 당겼다는
역사적 엄혹한 사실 앞에서 과연 우리는 변호인 노무현과 권력자 노무현의 양면을
고루 균형있게 보고 있었던가 한번쯤 자문해볼 시간이 바로 지금이 아닌가싶다



그 과정이 없인 우린 진정 2013년 `안녕들하십니까`에 담긴 이른바 안녕세대들이
왜 만들어지고 왜 그들이 저토록 절규하는지에 대한 근원적 물음에 답할수 없다
이른바 안녕세대,88만원세대는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게 아니란거 다들 알잔나



그저 `이명박 사기꾼 박근혜 독재자`만으로 그게 다 설명되어 질수도 덮어질수도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단지 지금 `어떻게 할것이냐` 만의 문제가 아닌 앞으로 `우리 사회가
어떠한 사회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답하는 매우 중요한 물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영화를 보신 많은 분들이 아마 느끼셨듯


영화
변호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것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영화속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지른 독재정권의 수괴 그 전두환은 여전히 건재하고
양심을 팔고 기득권에 빌붙었던 그 판사와 검사들은 여전히 빛나는 금뱃지를 달고
호위호식하며 우리에게 여전히 빨갱이니 종북이니 틈만나면 협박질을 해댄다



해서 더욱 더

영화속 진우...
또다른 이름의 진우들이...


2013년 오늘 스크린을 뚫고 우리 가슴팍에 ``안녕들하십니까``란 물음으로
와 꽂히질않았던가 이제는 진정 우리가 진우들에게 응답해야 할 시간이다

에둘러 회피하거나 적당히 남탓으로 책임을 전가시켜서만은 곤란하다
더이상...더이상 그런식으로 피해가서는 안된다 더이상은



2013년 우리가 그간 침묵으로 찬동해버린 이 신자유주의 미친 세상에서
그저 내동댕이쳐진 또 다른 수십 수백만의 진우들이 우리에게 피멍든 가슴팍에서
꺼낸 피눈물나는 그 한마디 안녕들하십니까....


그 절규에 더이상 남탓으로만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솔직히 응답하는 것이야말로



변호인 노무현의 참계승이며
진정 변호인 노무현을 올곧게 기리는게 아닐런지

...........................................................................


*저물어가는 2013년...
여러분은 과연 또다른 진우들의 물음에
응답할 준비들이 되셨는지요?

바로 지금...말입니다








댓글 2개:

  1. 고인이 FTA를 진행한건 아마도 나쁜 의도는 없었을 거라 봅니다.

    뭐랄까, 설국 열차에서 내리고 싶었기 때문에 한국의 산업 시스템을 바꾸고 싶었던 것이었겠지요.

    불행이도 또 하나의 파울이 되어 버렸지만, 그래도 애 썻다고 봅니다.

    답글삭제
    답글
    1. 물론 의도 자체야 선한 의도였슴을 믿어의심친 않슴다

      허나 박근혜도 나름 지딴엔 선한 의도로 국정을 운영하고 있으나
      우덜에겐 그 자체가 거대한 재앙이듯

      의도가 선했으니 그 후과가 어찌되었던 크게 문제 삼을수 없다?
      머 이런건 동의치 않습니다

      정작 문제는 여전히 상당히 많은 분들이 무슨 노무현의 FTA는
      착한 FTA인데 그걸 이명박이 다 망쳐버렸다 고로 노무현은 무고하다?

      머 이런식으로 오도하는건 옳치도 않고 즐대 동의해줄수 없슴요

      노무현의 FTA도 이명박의 FTA도 오십보백보 도찐개찐이단거죠

      더 정확히는 노무현이 헛발질한걸 이명박이 옳다쿠나 하고 더 삽질
      얹어서 개 말아먹었다 보는게 펙트에 가깝지않나 싶슴다만...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