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31일 화요일

나는 엠마 리이스를 보았다



16세의 봉제공 엠마 리이스가 
체르노비치에서 예심판사 앞에 섰을 때
그녀는 요구받았다.

왜 혁명을 호소하는 삐라를 뿌렸는가
그 이유를 대라고
이에 답하고 나서 그녀는 일어서더니 노래하기 시작했다
인터내셔널을

예심판사가 손을 내저으며 제지하자
그녀의 목소리는 매섭게 외쳤다.
기립하시오! 당신도
이것은 인.터.내.셔.널.이오

<예심판사 앞에 선 16세의 봉제공 엠마 리이스: B.브레이트>


독일의 극작가이자 시인인 배르톨트 브레이트의 시인데

19세기 초 유럽에서 연이은 기근과 살인적인 노동강도에 신음하던
당시 민초들의 상황을 시로서 표현한것이다

연초에 흥행한 영화 <레미제라블>의 시대적 배경이 된것도 바로 이 즈음이다


지난 주말...

것두 올해 마지막 주말이었다 

아무리 솔로부대일지라도 이럴땐 먼가 뽀작뽀작해볼 그런 날이었지만
민주노총 총파업 촛불집회가 있는 날이었고 사정상 설로 못 올라갔지만
글타고 가만 있기엔 먼가 촘 1그람 걸려서 오랜만에 시내(충장로)로 나가보았다


그 촛불 집회 전에 오후 3시에 레미제라블 플래쉬몹이 있단 틧을 보곤
미리 촘 나가서 것두 함 볼 겸 2시 30분쯤 충장로 우다방(우체국) 앞에 도착...


우체국 앞엔 인근 상가에서 흘러나오는 시끄러운 스피커 소리에 연말연시
불우이웃돕기를 위한 구세군의 마이크 소리에...오가는 인파들에...
하튼 시글벅쩍한 그 와중...


우체국 앞 계단 밑에서 두명의 학생들이 보이는게다
한 여학생은 손에 붉은 색 깃발(자세히 보니 붉은 양탄자를 오려서 만든)을 손에 쥐고
또다른 여학생은 레마제라블 가사가 적힌 듯한 A4용지를 든채 어쩔줄 몰라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게 우체국 앞 계단...학생들이 행사를 진행하려는 공간엔
노점상 아주머니가 좌판을 깐채 라이터를 팔고 계셨는데 학생들에게
여기서 행사 못한다며 하고 싶음 다들 내 라이타 하나씩 사고 하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게다


솔까 하나 사주고 걍 진행하게 해주고 싶었지만 아주머니가 어찌나 학생들에게
고함을 지르며 못되게 구는지....왠지 얄미워서 사주고 싶은 맘이 삼천리로~


행사를 진행하려면 오가는 사람들에게 잘 보이도록 계단 위로 올라가야 하는데
아따~매~이 아주머니의 진상에...그 두 학생들은 어찌할바를 모르고 있더만...


흠...이럴때 쓰라고 나의 잉여력을 화투신께서 주셨을터 ㅎ
학생들에게 주최자시냐고 묻고 맞다길래...``아주머니는 신경쓰지말고 걍 진행하세요~
어차피 이따 사람들 마니 모이믄 알아서 시민들이 옆에서 막아줄거니까요``


해서 학생들이 한두명씩 모여드는 시민들에게 가사가 적힌 A4용지를 나눠주고...
잠시 후 레미제라블 플래쉬몹 벙개 행사는 별다른 방해(?)없이 잘 끝났다


행사가 끝나고(바로 해산해야 한다나)
가려는 그 두학생에게 광주일보 기자라는 분이 잠깐 붙잡고 거리인터뷰를 하는게다
옆에서 살짝 들어봤는데...


놀랍게도
(난 그때까지도 그 두 여학생이 대학생인줄...미...미안...^^;)


자신들은 고1이라는게다

허걱~


아직 고등학생들이라 자세한 자신들의 신분을 밝히긴 꺼려했지만
광주 모 **구에 있는 학교를 다닌단다


추운날씨라 길게 인터뷰는 못하는 분위기라
몇마디 짧은 대화만 이어졌는데 맨 마지막에 기자가 왜 이 행사를 진행하게 됐냐?고 묻자

``아직 저희가 어리지만 언젠가는 저희도 사회에 나갈텐데
그때 좀 더 저희가 살기에 좋은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나오게 되었어요``라고


순간 드는 생각이...

`나라의 미래가 참으로 밝도다` ^^


난 저만할때 코...찔찔은 아니어두 암튼 참 철없이 살았던거 같은데
세상이 난세라 그런지...인물을 만드는 세상인가 싶고
기특한 학생들이란 생각이 들어 맘 한구석이 참 훈훈해 지더만


그리고 학생들은 부모님은 보이는(아빠,엄마,와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남동생)일행에게
좀 전까지 흔들었던 그 붉은 깃발을 건네주곤 따로 약속이 있는지 군중 속으로 총총히
사라졌다


아마 부모님께 말씀 드리고 나온듯...해서 걱정도 되실테고 격려 겸? 해서 아마
옆에서 지켜보신듯...``아이구~따님을 참 반듯허니 잘 키우셨네요~`` 한마디 할까 하다
그 순간 이동하시길래 타이밍을 놓침...내가 하는게 글치 머 ^^;



브레이트의 시에 나오는 엠마 리이스가 실존 인물인지 아닌지는 기실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것은 당대의 엄혹한 현실 앞에 처한 수많은 노동자들...것두 당시엔
엠마 리이스나 그보다 어린 소년,소녀 노동자들이 겨우 숨만 부지할 정도의 처우를 
받으며 가혹한 노동환경에 처했었다는 그 사실일게다


오늘날 메이데이(노동절)의 기원이 된 미국 시카고 노동자들 또한 하루 16시간의
중노동에 시달리면서그야말로 숨만 쉬고 사는 참혹한 노동환경에 처해 있었다는 사실..
그래서 시작된 총파업이 바로 역사적인 헤이마켓 총파업(약 30여만명이 집결)으로 이어졌고


당시 그 총파업때 벌어진 폭탄테러로 8명의 사상자가 생겼지만 훗날 그또한 자본가들이
집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을 분열시키기 위해 조작한 백색테러임이 밝혀졌던 그 사실....


그리고

2013년 오늘 대한민국...


집회에 단순 참가만 해도 해고와 구속 시키겠다며 헌법마저 무시한채 으름장 놓는
국가권력...그 참으로 기가 막힌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촛불을 든 시민들...

그리고 저 고등학생들...


나는 고1 여학생들에게서 21세기 대한민국판 엠마 리이스의 기백을 보았다


예심판사 앞에서도 꼿꼿하게
``판사~당신도 기립시오~이것은 인터내셔널이오~``라고 외치던
그 엠마 리이스처럼 오늘날 이땅 고1 소녀들은 박근혜 불통 정권에게
역사의 이름으로 준엄하게 꾸짖고 있는듯했다


``각하~기립하시오~이것은 민심이오~``라고 말이다


훗날 헤이마켓 사건으로(조작된 폭탄테러에 의해 억울하게 누명을 쓴채 사형을 당한)
사형을 선고당한 노동운동가 스파이즈는 법정 최후진술에서 이렇게 사자후를 토한다


"만약 그대가 우리를 처형함으로써 
노동운동을 쓸어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렇다면 우리의 목을 가져 가라! 

가난과 불행과 힘겨운 노동으로 짓밟히고 있는 
수백만 노동자의 운동을 없애겠단 말인가! 

그렇다. 
당신은 하나의 불꽃을 짓밟아 버릴 수 있다. 

그러나 당신 앞에서, 뒤에서, 사면팔방에서 
끊일 줄 모르는 
불꽃은 들불처럼 타오르고 있다. 

그렇다. 
그것은 들불이다. 
당신이라도 이 들불을 끌 수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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